비로소 고요한 경지에 이르렀노라

비로소 고요한 경지에 이르렀노라
비로소 고요한 경지에 이르렀노라
스킨
스토리다크카카오 쿠키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평화롭게 번성하는 다크카카오 왕국, 그리고 그 왕좌에 앉아 만백성의 절을 받는 아들의 모습. 다크카카오 쿠키가 처절한 결의로 지켜 온 왕국이, 자신이 사라진 후 진정한 태평성대를 맞이했다는 섬뜩함... 지난 세월이 비통함으로 화하여 다크카카오 쿠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내가 여기서 사라지면 누가 알아주려나? 허무하다... 이것이 허무라는 것이로구나." 고통스럽게 읊조리는 그 목소리가 허공으로 덧없이 스며들었다. 미스틱플라워 쿠키는 고요히 그 광경을 응시했다. 그 시선은 다크카카오 쿠키의 고통스러운 절규를, 모든 번뇌가 흩어지는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어리석음에 갇혀 발버둥 치던 존재가 허무를 받아들였노라. 격렬했던 깨달음의 순간이 지나자, 다크카카오 쿠키를 고통스럽게 뒤흔들던 감정은 서서히 잠잠해졌다. 붉은 태양이 마지막 숨결을 내뱉듯 대지 아래로 사그라들고 있었다. 오랫동안 고요함이 두 쿠키를 감쌌다. "..후회하는가." 새벽이슬처럼 투명하고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황혼의 침묵을 갈랐다. 다크카카오 쿠키의 시선이 천천히, 저무는 태양을 향했다. 붉게 물든 하늘은 마치 얼룩졌던 지난날의 전장 같기도 했고, 뜨겁게 타올랐던 한때의 결의 같기도 했다. 다크카카오 쿠키의 생에 매 순간 내렸던 선택과 그에 따른 후회, 두려움, 고민들이 덧없이스쳐 지나갔다.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던 손이 서서히 풀리는 감각. 비통한 마음이 허무에 잠식되어 가던 한때의 고통도 이제는 아득하게 느껴졌다. 다크카카오 쿠키는 고개를 돌렸다. 그 눈에는 더 이상 격렬한 고뇌나 비탄의 흔적이 없었다. 오직 끝없는 황혼의 고요만이 담겨 있었다. "후회... 그럴 리가 있겠나." 그 목소리는 담담했다. 미스틱플라워 쿠키가 다크카카오 쿠키의 뒤에 섰다. "이제 곧.. 까마득한 어둠이 찾아온다." 어떤 기대도 담지 않고 예견된 때를 읊는 미스틱플라워 쿠키의 서늘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 말과 함께, 대지를 감싸던 황혼이 순식간에 빛을 거두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고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이 경이롭게 쏟아져 내렸다. 찬란하게 빛나는 은하수가 밤하늘을 유유히 가로질렸고, 수많은 별들이 태어나고 소멸하는 찰나를 반복하며 빛났다. 곧이어 세상은 소리 없이 얼어붙었고, 심연처럼 깊은 밤의 고요만이 그 자리를 지켰다. "이 까만 밤을 견디고 맺힌 이슬조차... 여명에 흔적 없이 흩어질 운명일 뿐." 밤의 끝... 아득한 지평선 너머로 희미한 빛이 스며들었다. 하늘은 가장 짙은 남색에서 보랏빛으로, 이내 연푸른빛으로 서서히 물들었다. 밤의 냉기가 스민 초목 위로, 뭇별을 머금은 듯 영롱한 이슬이 송골송골 맺혔다. 영롱하게 반짝이는, 투명하고 덧없는 아름다움... 그러나 깨어나는 태양의 숨결 아래, 새벽이슬은 서서히 공기 속으로 녹아들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남는 것은 오직 차갑고 서늘한 아침 공기뿐. 다크카카오 쿠키의 눈에는 지는 해와 뜨는 해의 경계가 사라진 고요만이, 미스틱플라워 쿠키의 시선에는 맺히고 흩어지는 이슬의 순환만이 담겼다. "결국.. 모든 것이 그러한 것." 지는 것도, 뜨는 것도, 의미 없는 세상. 그 끝없는 굴레 속에서 다크카카오 쿠키는 모든 번뇌를 내려놓았다. 고요히, 마치 황혼에 짙게 드리우는 그림자처럼. 혹은 새벽이슬처럼 투명하게.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며, 덧없고도 더없이 아름다운 해탈의 경지를 고요히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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