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종언을 고하리라

| 스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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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 | 한 번만 도와주세요. 먹을 것 좀 나누어주세요. 골목 한 귀퉁이에서 끙끙대는 목소리가 들렸다. 미약한 소리였다. 어울리지 않는 소리였다. 사방에는 커다랗고 번쩍이는 집이 늘어져 있는데. "제 어린 동생이 며칠을 굶주려서.. 이대로 가다간 쓰러질 거예요. 그러니까 젤리 한 톨만.." 아무도 시선을 주지 않는다, 아무도. 도와주세요, 아무나 좀 도와주세요, 말하던 쿠키가 결국 지나던 쿠키의 옷자락을 쥐었다. 곁에 축 처져있던 어린 쿠키도 눈을 들어 그 모습을 보았다. "우우... 제발요, 배가 너무 고파요.." 어린 쿠키 또한 간절한 바람의 대열에 합류했다. 애처로운 모습이 퍽 눈물겹던 터였다. "이거놔!" "윽!" 옷자락을 붙들린 쿠키가 제게 매달린 손을 떨쳐냈다. 밀려난 어린 쿠키가 뒤로 툭, 나동그라졌다. "괜찮아?" "응..." 시무룩한 얼굴로 굶주린 반죽을 문지르는 어린 쿠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픈 것보다 굶주림이 먼저였는지, 해소되지 않은 허기를얼굴 만면에 그득 매달고서. "저기..." 서로를 위로하는 두 쿠키 앞에 그림자가 늘어졌다. 두 쿠키와 비슷한 행색을 한 쿠키의 표정이 묘했다. 걱정해주는 걸까. 어린 동생을 챙기던 쿠키가 반색하며 입을 열었다. "혹시 걱정해주시는 거라면 저는 괜찮으니.." "뭐? 나 참, 걱정은 무슨!" "네?" "네가 차고 있는 펜던트, 그거 꽤 값나가 보이는데...순순히 주면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가까이 다가온 쿠키의 눈이 욕심에 일렁였다. 아, 이런. 이런. 이런. 엷게 웃던 쿠키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무감각해진 얼굴로 어깨를 으쓱하던그 쿠키가 옆에 있던 어린 동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울상으로 허기를 토로하던 표정은 어디로 가고, 킥킥 웃고 있는 그 얼굴을. "어떻게 생각해, 캔디애플맛 쿠키?" "그 전에... 벌써 몇 쿠키째였지, 블랙사파이어맛 쿠키?" "이 쿠키로 마지막이야~ 이 땅에 있는 쿠키와 이야기하는 건." "응! 그럼 여긴... 아~무 가망이 없다는 거네?" 뒤바뀐 분위기에 펜던트를 빼앗으려던 쿠키가 멈칫했다. 뭘까, 갑자기 이 묘한 분위기는.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거나 당장 내놓으라니... 음?" 기세에 밀리면 큰일이 난다는 듯,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소리치던 쿠키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콜록, 콜록, 콜록콜록콜록, 발작적인 기침이 터졌다. 반죽이 이상할 정도로 딱딱하게 굳었다. 무겁고 뜨겁고, 아팠다. 갑자기 큰 병에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어..?" 끝까지 어리둥절한 얼굴로 털썩, 그 쿠키가 쓰러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블랙사파이어맛 쿠키와 캔디애플맛 쿠키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이럴 줄 알았어~ 괜히 시간만 낭비했잖아?" "귀찮아도 어떡해? 이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인데." "씨이... 왜 내가 늘 불쌍하고 굶주린 동생 역할이야? 그러니 자꾸 바보 같은 쿠키들이 나만 밀치고, 나쁘게 굴잖아!" "그야. 내가 불쌍하고 굶주린 동생처럼 보이진 않으니까?" "블랙사파이어맛 쿠키!!!!" "알았어, 알았어." "흥! 종언은? 그거 언제 시작할 거야?" "지금 하려고 했어. 그걸 말해야 시작할 수 있으니..."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생기가 가득했다. 차림도 그랬다. 더는 남루하지 않은 그 차림은... 하늘에서 재림한 종말의 사자와도 같았다. "이 땅의 죄악이 심히 무거워, 그 부르짖음이 이내 하늘에 닿으니... 종말의 사도는 그 진위를 눈으로 보고 확인하려 하노라." "땅의 선한 쿠키가 하나도 되지 않으니~ 이런 땅은... 전부 썩어버려야지? 꺄하하핫!!" 한 구절을 욀 때마다 하늘이 어두워졌다. 다음 구절을 외니 땅이 흔들리고, 또 다음 구절을 외니 병마가 몰리고, 쿠키가 쓰러지고... 구절이 지나고 사도가 걸음을 옮기니, 더는 이 땅에 살아있는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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