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리) 같이 우산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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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리) 같이 우산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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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3 17:33 27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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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맛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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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맛 쿠키 X 아이리스맛 쿠키


학생 AU

공백포함 약 1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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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는 창 밖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지겨운 수학 수업을 들을 바에는 차라리 먼 산을 보는 게 나았다. 실제로 제대로 수업을 듣고 있는 아이는 몇 없었다. 대부분 잠을 자거나, 옆 짝과 몰래 대화를 하고 있었다.



토독토독 내리는 비가 창을 두드렸다. 하교까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날씨까지 우중충하니 졸기 딱 좋은 날씨였다. 어차피 곧 수업이 끝날 것이기도 했다. 선생님도 학생들의 상태를 눈치챈 건지 그닥 열정적으로 수업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멍하니 밖을 바라보다가 종이 치는 소리가 들렸다. 수학 선생님이 나가고, 담임이 들어와 종례를 무사히 마쳤다. 차렷, 경례. 인사가 끝나고 아이들은 알아서 교실을 나갔다. 꽉 차있던 우산꽂이는 이제 거의 텅 비었다시피 했다. 아침부터 비 예보가 있었던 탓일까. 한 8시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서 거의 대부분은 우산을 가져오거나, 친구와 함께 썼다.



다만, 아이리스는 우산이 없었다.

비를 그대로 맞고 뛰어온 건 아니었다. 단지 8시 전에 학교에 미리 와 숙제를 했던 것이었다. 오후까지 비가 올 줄은 몰랐었기에 꽤나 난감한 상황에 처한 상태였다. 실내에서만 봐도 비가 꽤 오는데, 저 장댓비 사이를 뚫고 무사히 하교하기란 어려워 보였다. 우산을 빌릴까,했지만 이미 모든 아이들이 떠나버린 상태였다.



한숨을 푹 내쉰 아이리스는 교실 청소함을 뒤적거렸다.

혹시나 우산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손에 들려 나온 것은 망가져버린 우산대, 다 먹은 과자 봉지, 구겨진 학습지 등이 다였다. 멀쩡한 물건이 있으리라 생각한 것 부터가 오산이었다.




우선 어떻게 할지는 1층에 내려가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창으로만 보던 것과 비슷한 양의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뛰어가기에는 부담스러운 비였다. 분실물 수거함에 우산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리로 향했다.



중앙 계단 옆쪽에 위치한 분실물 수거함. 주로 1~2층에서 주워지는 물품들이 가득했다.

줄넘기, 물병, 실내화(이건 도대체 왜 있는 건지 의문이었다), 드물게는 이어폰 같은 값어치 있는 것들이 있기도 했다. 물론 제 주인을 찾아가는 분실물들은 적었다. 잊어버리기도 했고, 이미 새 것을 사버린 상태기도 했다.


그러니 이번 딱 한 번만 빌려가고 내일 도로 놔두어도 괜찮지 않을까.




아이리스는 중앙 계단 쪽으로 발걸음을 분주히 옮겼고, 코너를 도는 순간, 누군가와 마주쳤다.




깜짝 놀란 듯 휘둥그레진 눈을 한 한 남학생이었다. 하늘색의 머리카락을 한, 머리카락이 남학생으로 따지자면 좀 긴 정도였다.


그를 종종 본 적 있었다. 준비물을 사러 종종 학교 앞 문방구를 들렸을 때 봤었다. 별로 예쁘지도 않게 보이는 지우개를 들고 살지말지 고민하던 모습이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문방구 물품을 따로 자기 나름대로 개조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라고 들었다. 손재주가 정말 좋다며 반에서도 떠돌았던 이야기였다. 이름이… 이슬,이였나.



학년과 층이 달라 마주칠 일 없을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슬이 머쓱히 웃었다.





“안녕,하세요? 여긴 무슨 일로 오신 걸까,요?”


“우산 하나 빌릴까 해서. 뭐 하나 정도는 있을거라 생각했거든.”


“아, 우산이라면 하나 있어요. 근데…”





이슬이 주춤거리며 등 뒤에 숨겨둔 손을 보여주었다.



우산 손잡이부터, 우산 끝부분까지 모두 꾸며져 있었다. 작은 오로라 색종이 같은 것이 끝에 붙혀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꽤나 화려해진, 우산이었다. 이런 건 초등학생도 안 들고 다니겠다…



묘한 어이없음이 깃든 아이리스의 시선에 이슬은 시선을 회피했다.





“…남은 우산이 이것밖엔 없었고, 그걸로 만든 거라… 괜찮다면 써도 되는 거긴 한데.”





이슬이 내민 우산을 받아들었다.

아이리스는 일단은 비에 젖을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대로 고맙다고 하고 발걸음을 돌려 하교하기만 하면 됐었다.

발걸음이 차마 떼어지질 않았다. 아까 우산 하나밖에 없었다고 한 것 같은데.



어느새 계단에 걸터앉아 물병을 장식하고 있던 이슬에게 말했다.





“너 우산은 있어? 지금 비 많이 오는데.”


“전 괜찮아요! 쓰셔도 돼. 어차피 집 가까워서 뛰어가면 되니까-.”


“그래도 쓰는 게 낫지 않아?”


“진짜 괜찮다니까요~”


“그러면 같이 쓰고 가자. 괜찮지?”





이슬은 순간 네?라고 답변할 뻔 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애초에 이성과는 우산을 같이 써본 적이 없었다. 같이 걸어야 하는 건데, 그럼 자연스레 어깨가 닿지 않을까…? 괜한 쑥스러움에 볼이 살짝 붉어졌다. 차가운 손으로 볼을 급히 식혔다. …이상해 보이려나.




이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꾸며진 물병을 보관함 깊숙히 넣어두곤 가방을 맸다.





“그렇다면야… 좋아요, 같이 쓰고 가요 그러면.”





그 말에 아이리스가 살짝 미소지었다. 이슬은 점점 가슴이 빨리 뛰기 시작한다는 느꼈다.





학교 입구로 가 이슬이 꾸민 우산을 펼쳤다. 양 끝에 매달린 작은 솜인형 같은 것이 흔들렸다. 그 외에는 다른 우산과 비슷했다.



토독, 비를 막아내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 이상 없이 펼쳐지고, 효과적으로 비를 막아주고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아이리스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교문 밖으로 나갈 때까진 그래도 어느정도는 괜찮았다. 그러다가 밖으로 나가니까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성이랑, 그것도 어깨가 닿을락 말락하며 같이 우산을 쓰며 하교를 같이 한다. 누가 봐도 어머 쟤네 사귀네 할 만한 관경이었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길가에는 적어도 같은 반 아이들은 없었다. 그것만은, 꽤나 안심되었다. 이 상황을 같은 반 아이가 본다면 적어도 2년 놀림거리는 될 것이었다. 상상만 해도 너무…




횡단보도를 건너고, 계단을 올라갔다. 계속 조금씩 맞닿는 어깨와 팔에 온 신경이 쏠리는 것 같았다. 이런 접촉은 처음이었다. 이슬은 갈수록 빨라지는 제 심장박동에 당황하면서도 꿋꿋히 발걸음을 옮겼다. 계속 아이리스를 의식하고, 비에 젖지 않게 우산을 신경써서 기울여주고. 솔직히 주제에 맞지 않게 남자친구라도 된 기분이었다.



볼의 열기는 차가운 바람에 금세 씻겨 사라졌지만 색은 남아있었다. 상기된 얼굴을 하고선 시선을 돌리는데, 아이리스가 말을 걸었다.





“저기, 네 어깨 다 젖고 있는 것 같은데.”





…어깨가 젖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온 신경이 쏠려 있어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았다. 이 정도는 괜찮아요,하며 옆을 돌아보려다가 아이리스와 눈이 마주쳤다.



이슬은 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묘한 분위기 속에서 걷고, 또 걷다가 어느새 이슬의 집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저 도착해서 이만 가볼게요. 우산은 내일 돌려줘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대로 몸을 돌려 아파트 입구로 향하려다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멈칫했다. 이슬은 슬쩍 아이리스를 바라보았다.





“혹시, 번호 좀 줄 수 있어? 별건 아니고 그냥 뭐…”





말 끝을 흐리는 아이리스를 보며 이슬은 떨리는 숨을 들이쉬었다. 고작 이게 뭐라고 떨리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이 여름이 끝날 때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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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3개월만의 헤테로 연성입니다

여러분들얘네순애에요 스토리를봐주세요짇짜미친것(positive)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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