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해질녘에
"그럼, 안녕히계십시오."
철컥- 하고 닫히는 문을 뒤로 하고선 검은 양복을 입은 다섯명의 사내들이 금방이라도 잡아먹힐듯 어두운 거리로 걸어나온다.
그들이 나온 문에는 빨간색 배경에 보라색 글자로 '일몰 락가' 라고 쓰여진 촌스러운 간판이 있었다.
문 앞에 버려진 술병들과 바닥에 쓰러져있는 취객들을 보아 아무래도 유흥을 즐기는 술집인것 같았다.
거리의 바닥은 버려진 쓰레기로 가득했고 그런 바닥에는 누더기를 입은 사람들이 낯선 이방인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다섯 사내들에게선 무언가 알수 없는 분위기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분위기와 대조되는 겉모습을 가져 그들을 어림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검은 썬글라스에 양복을 입어, 전형적인 경호원처럼보이지만 다섯명의 체구는 모두 아담하다.
또한 그들은 마치 물을 받지 못해 비틀린 나무처럼 말랐다.
해봐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들은 밖에서 활동한다기에는 피부가 하얗다 못해 창백했다.
또한 앙상한 발목이 보이는 허름한 신발마저 그들이 과격한 직업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그들과 어울리지 않는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무리 중 맨 앞에 서있는 회색빛 머리의 사내의 팔에 들려있는 붉은 와인빛 머리칼의 아기였다.
지는 해의 붉은 빛을 연상케하는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는 고작해야 태어난지 3개월 밖에 되어보이지 않았지만, 그 아이의 새하얀 얼굴에는 왜인지 생글생글 웃음이 가득했다.
그 아이는 유흥 술집에서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검은 양복의 사내들 사이에서 깨끗하고 싱그러운 빛을 발했다.
아이가 히히, 하고 웃자 마치 햇빛이 어둠을 몰아내듯 웃음마저 오래 전 매마른듯 척막한 거리의 사람들이 그녀를 보고서는 무심코 미소 지었다.
마치 아이에게 초능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낯선 이방인들을 경계하던 거리의 사람들의 표정이 한순간에 누그러졌다.
그들은 잠시 자신의 처지를 잊은 듯이 자연스럽게 자신들을 들어내었다.
이런 가난한 동네에 비싼 양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들이닥친것은 마치 검은 장기말들 사이에 놓인 하얀 말처럼 눈에 뜨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보다도 더 눈에 띄는 햇살같은 아이의 등장은 되려 사내들의 존재를 살며시 가려주었다.
마을을 가로지르며 회색머리칼의 사내가 겉모습과 다르게 따뜻하게 미소지으며 아기를 내려보았다.
"아이야, 잘부탁한다."
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아는지 더욱 밝게 웃는 아이를 보며 그 사내는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선 나지막히 말했다.
"모두 너에게 달려있으니."
어느새 조용히 미소를 머금고선 잠든 아이를 살포시 품에 안은 채로 알수가 없는 다섯 사내들은 조금은 밝아진 거리를 빠져나갔다.
아이의 조금은 빨랐던 이별은 가장 가까운 만남을 약속하고 있을 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