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그 명령어를 마지팬맛 쿠키들에게 입력 시켜두면 될까요?”
[그래. 부탁할게. 나는 먼저 나가 있도록 하지. 괜찮을까?]
“얼마든지요~ 필요할 때 부르세요.]
[너는 그냥 스모크치즈맛 쿠키에게 접근이나 해줘. 일단 나는 ‘파편’을 찾으러 나가볼게.]
애프리콧맛 쿠키는 옆에 있던 페투치니맛 쿠키의 머리를 쓰다듬고 나서 관제실의 문을 열었다. 소란스러운 골드치즈 왕국의 거리는 여전히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너무나도 화려한 나머지, 이 빛에 눈이 멀어 현실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쩌면 골드치즈는 이 빛에 현실을 가리려 했을지도 모른다.
[소중한 것이 잃는 슬픔이라.]
애프리콧맛 쿠키는 조용히 자신의 손에 들린 창을 바라보았다. 그 가운데, 빛나는 은빛 보석이 애프리콧맛 쿠키에게 말을 걸듯 말듯했다.
[....됐다. 이제 와서 뭘… 파편이나 찾아야지.]
애프리콧맛 쿠키가 주변을 휘휘 둘러보다 눈을 감았다. 시끄러운 경적소리와 파티 음악 소리가 사그라들고 작은 중얼거림이 느껴졌다. 한참을 자리에 서 있던 애프리콧맛 쿠키는 눈을 뜨고서 다른 곳으로 향했다.
황금 도시 끝부분의 작은 피라미드. 그곳에는 무언가 소중한 것이 있다는 듯, 바스크치즈맛 쿠키의 자칼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비켜주련. 내 것을 찾으러 왔으니까.]
“크르릉..”
[대변자의 말을 들으라. 길을 비켜라.]
애프리콧맛 쿠키의 매서운 눈빛에 자칼들은 고개를 숙이고서는 길을 비켜주었다. 긴 복도를 지나 다다른 그 끝에는 빛나는 은빛 보석 조각이 있었다. 애프리콧맛 쿠키는 서서히 다가가, 그 보석을 집어들었다. 마치 창에 있는 깨진, 그 빛나는 보석과 같았다.
[호호…찾으신 겁니까, 카드미어 쿠키님?]
[....당신은 바깥에서는 결국 무엇도 남아있지 않나요? 아니, 그러니 나를 부를 수 있겠지요.]
[제가 밖에 두고 온 것은 신께서 밖으로 돌아가셨을 때 반겨줄 가족 밖에 없답니다! 그전에 그 조각이 제 주인을 찾아 정말이지 다행이군요.]
[알고 계셨군요. 모든 걸.]
[그 조각이 카드미어 쿠키님이 영웅으로써 저희를 지켜주셨던 한 조각이라는 것도 잘 알지요.]
치즈볼새 신관이 회색 쿠키를 불렀다. 아까 본 분홍빛의 쿠키는 온데간데 없고, 골드치즈 쿠키의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던 은빛의 쿠키만이 남아있었다.
[몬스터들의 동향을 읽고 검은가루 전쟁에 뛰어드시기 전 남겨주신 이 신념의 빛의 조각은 우리를 도왔습니다.]
[그치만 당신들은…]
[자책하지 말아주세요. 덕에 큰 도움이 된 건 맞으니까요.]
[그 전쟁은 제가 소울잼의 힘을 끝까지 끌어올리지 못해서 패배한 과거에요. 아무리 좋은 말로 감싸보아도 결코 좋아지지 못할.]
은빛 쿠키는 조각을 손에서 으스러질 듯 강하게 쥐었다. 조각을 바라보는 남빛 눈은 어딘가 체념한 눈빛이었다.
[이 상태로 긴 시간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명이랄 것을 신에게 받았으면서, 잊지 못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래서, 나는 영웅의 자격을 잃었습니다. 제 신념은 조각나 이곳의 대륙과 저 바다 너머의 대륙에 자리 잡아졌지요. 골드치즈 쿠키는 대단한 친구에요. 소중한 것을 위한 생각이라는 일념으로 소울잼을 사용하다니. 반대로 저는 소울잼의 목소리를 들어보지를 못한지 오래되었죠.]
사명은 쿠키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더 옥죄일 뿐.
영웅이라는 자격은 쿠키를 더욱 짓눌렀다. 그까짓 말이 뭐라고, 부여된 자격이 뭐라고. 그렇지만 신이 주었다는 이름 하에 감정도, 맛도 향도 없이 살아왔다. 반죽은 쿠키의 것이 아닌 것처럼 단단했다. 오로지 이 쿠키세계를 위해서 걸어온 것들이었는데. 지금 그 평화가 깨지기 직전이기에 쿠키는 급했다. 그래서 용기만 출중한 쿠키를 찾아 자신이 이루지 못한 사명을 이루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방법마저 틀렸나봅니다. 여전히 그럼에도 저는 완벽한 영웅이 될 수 없어요. 바다 너머 봉인된 땅에도 내 파편은 남았으니까요.]
[...저는 영웅의 사명같은 건 잘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는 알 수 있죠. 걱정이 많으면 실패도 많을 겁니다, 카드미어 쿠키님. 그렇지, 저를 한 번 안아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신관 치즈볼새가 날개를 활짝 열었다. 은빛 쿠키는 조용히 다가가 그의 품에 안겼다. 폭신한 날개가 그녀의 딱딱한 갑주를 쓰다듬었다.
[걱정 마시게나. 모든 일은 잘 풀릴 매듭이 될테니.]
그러나 그 매듭의 시작점마저 뒤엉켜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은빛 쿠키는 품에서 빠져나오고는 조각을 창의 보석에 가져다대었다. 곧 하나가 된 보석은, 아니. 소울잼은 아까보다는 아주 조금 더 빛났다.
그때.
쿠구구구궁!
지면이 흔들리고, 완벽한 줄 알았던 이 세계에 점점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은빛 쿠키는 신관을 안고 피라미드를 빠져나갔다. 그 밖은 완전히 수라였다. 몬스터가 날뛰고 균열의 금은 쉴틈도 없이 생겨났다. 저 멀리, 높이 날아오른 골드치즈 쿠키가 보였다.
[내려주시지요, 카드미어 쿠키님! 저는 이 근방 쿠키들을 구하러 가보겠습니다.]
[조심…조심 하십시오.]
신관 치즈볼새와 헤어진 카드미어 쿠키는 하늘로 날아오른 골드치즈 쿠키에게로 향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스…스모크 치즈맛 쿠키가… 내 소울잼을…!”
[그럴 줄 알았어… 내려가자. 여기서 해결 될 건 아무것도 없어.]
은빛 쿠키가 먼저 골드치즈 쿠키의 손을 잡고 하강했다. 금속 나비의 것 같은 날개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아름답게 움직였다.
[스모크치즈맛 쿠키.]
“드디어 오셨나…. 내 계획은 결국 네것마저 가져야 끝난다!!!]
“넌…누구야? 애프리콧맛 쿠키가 쓰던 창인데?”
뒤에서 용감한 쿠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빛 쿠키는 가만히 눈을 감고, 창을 들어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은빛 날개를 활짝 피고선, 은빛 쿠키는 외쳤다.
[신념의 가치를 가진 쿠키, 카드미어 쿠키의 이름하에… 감히 영웅의 힘을 탐낸 자를 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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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짧게나마 써서 가져와봤습니다. 사실 더 길게 적으려고 했는데 집중력이 흐려지더군요.
저는 사명이라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신념을 관철하는 걸 좋아하죠. 그렇지만.... 이 은빛 쿠키는 대체 무슨 사명이길래 신에게 받은 걸까요? 그리고... 이 세계관의 신은 누구였을지는.... 여러분이 가장 잘 아시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