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밤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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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
2025.10.05 02:07 141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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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끄적인 소설 팬픽도 있고 개인작도 있고 수위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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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학교폭력 묘사가 되어있음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옥상으로 향하는 한겨울의 밤은 고요했다.


한적하기도, 쓸쓸하기도 한 계단에서는 한 소녀의 숨이 꺼져갈것을 암시하듯 발소리만이 울려퍼질 뿐이었다.


살이 아릴 정도의 추위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외투도 없이 올라온 소녀를 밤하늘만이 바라볼 뿐이었다.


조금 다른 존재는 사랑받을수 없었던 것, 그뿐이었던 존재가.


***


단지 조용한 아이여서였을까.


남들이 다하는 화장도 안하고, 관심사도 딴판인 아이, 한겨울.


겨울에게 향하는 의구심의 시선은 혼자가 되는것의 시작일 뿐이었다.


핸드폰 타자 소리보다는 책을 넘기는 소리가,


전자기기보다는 펜과 종이가 좋았기에,


고요가 어울리는 계절의 이름을 가졌기 때문이었던가.


다가오는 사람이 없다는건 편했지만 그만큼의 외로움도 견뎌야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나누지 않던 아이에게


지옥이 찾아왔다.


처음은 호의적이었다.


아니


호의적이라고 믿었던 것이었나.


소위 말하는 노는 아이들이 다가와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단순하고 어리숙했던 난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진한 화장과 비웃음.


친해질수 없다는걸 깨달았지만 가면을 쓰며 함께 웃었다.


행복한 척, 재미있는 척.


괴롭힘은 언제나 나를 빗겨나갈줄만 알았었는데.


또 다시 사람을 믿게 되어버렸다.


***


적막만이 흐르는 옥상에서 겨울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텅 빈 눈동자에 별이 담겨졌다.


영원히 빛나지 못할것을 알기에, 나도 여기까지 온것일까?


머리카락은 바람에 흩날려 밤공기를 그대로 담아냈다.


혼자 남겨진 적막 속에서는, 솔직해지고 싶었다.


***


"한겨울."


차가움과 동시에 내려다보는 시선.


잘못됨을 느꼈지만 뒤로 물러설수는 없었다.


"..왜, 세나야?"


넌 곧바로 비웃음을 흘렸다. 이런 식으로 무리에서의 우열을 가리기 시작했다.


"아까 부탁한거는, 사왔어?"


난 잠시 굳어서 얼이 빠진채로 세나와 주변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


"아, 얘 좀 봐라. 진짜 못 사온거야?"


실망, 아니 원망과 조롱의 시선.


"..담배 말하는거면, 난 안돼."


"아아.. 그런거야~?"


"꼴값 떤다 한겨울."


"겨울아, 솔직히 책 보는 척 하면 너 존나 찐따같아."


명백한 조롱이었다. 난 왜 그때 피하지 못했을까.


한때는 친했던 아이들에게 싫은 소리 하나 못하는, 머저리가 되어있었다.




내게도 꿈이 있었다.


작가가 되어 나의 책을 알리는것.


몇 년 동안 수정하며 생각해온 낡디 낡은 공책은 언제나 내 책장에 있었다.


어떻게하면 더 좋은 글을 쓸수 있을까. 어떻게하면 더 마음에 와닿는 글을 쓸수 있을까.


하지만 언제나 나의 꿈은 하늘의 우선순위 밖이었던걸까.


난 그들에게 공책을 들키고, 갈갈이 찢겨버렸다.


"꿈 같은거 꿀 생각마라."


내 희망과 버팀목이 완전히 찢긴 그날, 부모라는 사람들은 매를 들었다.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겨도 그저 견디기만 하며 눈물을 닦아냈다.


언젠가는 빛이 날거라고. 또 다시 바보같은 생각을 하며.


***


눈물은 겨울의 뺨을 어루만졌다.


버틸곳이 없고 바라볼 미래도 없다.


웃을수 없고 웃고 싶지 않았다.


이제 겨울의 앞은 키 큰 건물들 뿐이었다.


담이 꽤나 낮던 학교의 옥상.


별이 하늘에 흩뿌려진 어느 밤의 하늘.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도 아름다울수 있음에 안도했다.


사람들은 불꽃놀이를 아름답다 생각한다.


하늘을 장식하는 불꽃의 황홀경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난 그 불꽃이 될거다.


잠시동안 빛을 내고 서서히 바닥으로 내려가 불이 꺼져가는 그런 불꽃이.


몸이 기울어졌고 겨울은 눈을 감았다.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표정으로.


그렇게 한 소녀의 불꽃은 꺼져갔다.


옥상에는 온기도, 사람의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일 없다는듯 흘러가는 시간은 서서히 소녀를 지워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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