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쉐밀 팬픽
타락하는 과정 끄적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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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현자!
모두가 나의 진리와, 나의 손길을 갈망하지.
내 지식과 진리는 하나의 태양이요, 하나의 세상이로다.
학생들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나 역시 그대들을 보며 웃는다.
이토록 행복한 삶이 어디 있단 말인가.
진짜 행복해?
.
.
"현자님!"
"오, 어서오게나 나의 제자여."
항상 찾아오는 저 학생, 궁금증이 많아보여서 성가셔 죽겠지? 기특한 제자야.
"현자님, 현자님은 사후세계도 아시나요?"
사후세계?
흥미로운 질문이네. 사후세계라.. 나보고 죽어달란 뜻인가?
"글쎄~ 죽은 자의 세계를 산 자가 알수 있는 노릇이 있으려나~?"
"역시.. 현자님도 모르셨어."
"응?"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전 이만.."
왜 이렇게 찜찜할까? 내가 대답을 못해줘서?
정말 이들은 내가 전지전능한 신으로 알고 있다는것인가.
"신이 될때까지 진리를 탐구하는 수밖에 없겠지.."
학생들이 떠난 내 얼굴은 항상 무표정이야.
어떻게해야 진리를 더 알수 있을까. 어떻게해야 너희들이 날 믿고 존경할까.
어떻게해야 내가 행복해질까.
언제쯤 내 지식보다 날 사랑해줄까.
?
요즘따라 왜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건지.
"..이거, 심신미약인가? 하하.."
.
.
눈 붙일 새도 없이 왕국의 해가 떴네.
그래, 내가 사랑받을 일은 없는거야. 영원히.
난 단지 너희들을 가르친 교수이고, 너희는 그 지식만을 가지고 살아가겠지.
"앗, 쉐도우밀크님!!"
하지만 내가 여태까지 버틸수 있던 이유는, 저 말괄량이가 외워준 내 이름 덕분이었을까.
"좋은 아침일세, 말괄량이 제자~"
"현자님도 좋은 아침이에요! 꺄아, 내 인사를 받아주셨어!!"
백색 머리카락에 달린 두개의 설탕발린 사과.
그 큰 장신구를 달고 무겁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 귀여운 제자지. 네가 뭔데 그걸 걱정해?
"..! 아, 아무튼, 이따 강연때 뵙세."
"네에~! 좋은하루 보내세요!!"
갑자기 든 부정적인 생각에 제자를 돌려보냈어.
그러게, 내가 뭔데 저 아이를 걱정해. 난 그냥 현자일 뿐인데. 아무것도 아닌 위선적인 현자일뿐이잖아, 넌.
?
.
.
"자, 오늘 강연에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이번 강연의 막을 올리겠습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
존경심이 학생들의 눈빛.
왜 이렇게 역겨울까. 광대가 된 기분이 들어.
"오늘의 강연 주제는, 쿠키의 존재와 진리입니다."
강연이 시작되고, 모두가 숨 죽여 내 말을 들어.
사각사각 연필 소리, 초롱초롱한 맑은 눈빛.
불신의 눈빛과 고개를 갸웃하는 학생들.
?
왜지? 내 강연이 이상한가?
내가 잘못 설명한걸까? 아니야, 내가 너희들을 위해 몇날 며칠을 밤을 세웠는데.. 그럴리가 없어. 진짜 그럴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2시간에 걸친 특강이 끝났어.
학생들은 저마다 나의 위대함과 존경심을 표하며 강연실을 떠났고,
몆분째 나를 보던 몇몇의 학생들.
날 비웃고 딴짓하는, 나를 깎아내린 그들은 최대한 천천히, 늦게 그곳을 떠났지.
그리고, 그 눈.
파란색과 하늘색 눈동자로 날 꿰뚫을려고 한 그 눈.
소름끼치는 그 눈빛에 몸서리를 치고, 홀로 강연실을 정리했어. 끔찍하지? 고통스럽지?
아니야.. 아니라고.. 그만..
.
.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끔, 아니 자주 드는 부정적인 생각이..
내가 생각해내는 생각이 아닌것 같아.
아아, 이게 뭐지? 내 몸 안에 다른 자아가 있는것 같아. 울컥울컥 올라오는 흑심처럼.
이제야 내 존재를 인식한거야? 좀 서운한데~
!
다시 멀어지는 말소리.
책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오늘은 그냥 자야겠—
아아~ 또 왜 그러실까?
넌 최고의 현자이잖아. 학생들에게 가르칠 의지를 잃은건가~? 응?
아니야, 아니라고. 내가 최고의 현자가 되기까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너가 뭔데 날 판단해.."
분노.
내가 처음느끼는 감정.
무언가가 뜨겁게 올라왔고, 눈앞이 붉어지는 느낌이야.
"난.. 최고의 현자야. 이건 누구도 부정 못하고, 나 역시도 그렇게 믿고 있어."
하, 그래?
혹시.. 최고의 광대 아니었을까? 아하하—!
광대?
내 강연이 우스웠나? 진짜로?
난.. 정말 학생들에게 광대인걸까?
.
.
머리가 어지러워.
이대로는 강연하다가 쓰러질것 같아.
잠은 원래 못잤지만, 그말이 너무 고통스러웠어.
난 정말 광대였을까?
학생들도 날 그렇게 생각했을까?
"쉐도우밀크 현자님–.. 오늘 컨디션이 안 좋으신가요?"
반가운 목소리네. 조수 블랙사파이어.
"..아무래도..? 하하, 요즘 무리한것 같네~ 출장은, 잘 다녀왔고?"
"네. 오늘 쉬실거면 지금 말씀드려야할것 같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문득 어제 소름끼치던 학생들이 생각났어.
"아, 혹시 우리 학교에.. 눈 색이 각각 다른 학생들이 있나?"
"아니요? 아마 강의를 도둑놈처럼 들은게 아닐까요."
"진짜? 능력도 좋네 그 친구들.."
짧은 담소. 그 사이에도 내 기력은 빠져갔어. 조심스레 선배에게 오늘 휴강을 부탁해보았지만,
"현자님이 강의를 쉬시면 어떡합니까, 네?"
"그치만.. 이대로 수업하기엔 너무 힘들것 같아서요.."
"하아.."
진짜 짜증나게.
뒷말을 들어버렸어. 나 이제 미움받는건가?
"아, 아닙니다..!! 그냥 최선을 다해 수업하겠습니다.."
"..그럴수 있겠어요?"
이건 그냥 미움받기 싫은 발악인데. 하지만 그냥 웃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선배는 흡족한 미소를 짓고 이만 돌아가라네?
블랙사파이어의 걱정스런 눈빛.
"진짜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아, 괜찮아. 이게 현자가 견뎌야 할 고난이지."
"..교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충성심 넘치네. 이래봤자 도울수 있는게 없는데.
.
.
속이 안 좋아.
말하기가 너무 힘들어.
서있는것도 너무 고통스러워.
"그래서, 쿠키의 존재가 성립하게 되고.."
아, 식은땀이..
하지만 학생들이 날 보고 있어. 어떻게든 웃어야 해.
"자, 이제 다음 주제는—"
쿨럭—
눈앞이 새까매.
학생들이 놀라서 웅성거려.
손에 액체가 느껴져.
피다.
각혈인가, 이게.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올것 같은데, 정신이 흐려저서 벽을 쓸며 쓰러지고 있네.
문이 다급히 열리는 소리, 말괄량이 제자와 조수 블랙사파이어의 목소리.
진짜, 광대가 된 기분이잖아.
이제 알겠어?
너의 정체성을.
뭘 말하는거야.. 넌 언제까지 내 머릿속에서..
현자라는 그 이름 하나 때문에, 거짓말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고~ 거지같은 삶이었지?
...
네 말이 맞네. 난 이렇게 죽는거지?
너가 선택해.
최고의 현자로 칭송받다 죽을건지, 광대로서의 삶을 펼칠 건지.
고집 센 우리 현자님은 전자를 선택하려나~?
...
난 뭘 보고 살아왔을까.
정말 현자로서 만족한 삶을 살았어?
.
.
.
아니.
난 왜 이렇게 살다 죽어야 하는거야?
마음속에 묻어둔 말 한마디도 못 뱉은채? 이대로?
현자.. 그래, 현자 참 좋았지.
모두가 날 존경하는줄 알았어.
제일 잘났고, 제일 똑똑하고, 제일, 제일 잘 살아왔다고 칭하고 있었어.
.
헛소리들 다 꺼지라 그래.
거지같은 삶이였으니까.
.
.
눈을 떴어.
이제 아무것도 지킬게 없어.
난 자유고, 이제 달콤한 거짓의 탑을 지어 살아갈거야.
"현자님! 정신이 드시나요, 현자님?"
"괜찮으시죠? 일단 병원으로—"
"다 꺼져봐."
다 얼어붙었네.
그래, 이 반응. 너무 좋아.
내 이름도 모르는 것들에게, 이제 날 잊을수 없게 만들어줄게.
"광대의 반항이 놀라우신가~? 아, 물어볼것도 없겠구나?"
처음 느껴보는 희열이 온몸을 감쌌어.
난 옷에 손을 대충 닦아내고, 멀쩡히 일어났어.
머리가 하나도 안 아파. 오히려 너무 맑아.
하, 하하! 이런 삶을 새로 주는거야?
"현자? 현자 좋아하시네.
니들이 섬기던 그 현자는 이제 없어."
"이제.. 최고의 연극이 시작될 테니까!!!"
이제야 너답네. 광대님?
창문 밖으로 훌쩍 뛰어넘어갔어.
하나도 안 아프더라. 평소라면 발목이 나갔을지도 몰랐을 높이었는데도 말이야.
학생들의 비명도 들을새 없이, 그냥 바삐 날아가듯 뛰어갔어. 아, 행복해. 정말 행복해.
뒤에 말괄량이랑 조수가 따라오더라.
그래, 너희들은 나랑 살자. 내 이름을 외워준 상으로 말이지?
이제, 난 자유야.
누구에게도 결속받지 않고, 영원히 살아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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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님 깎아내린 친구들은 "현자님의 환각"이었답니다 ;)
푸른눈 하늘눈에서 눈치 채셨으려나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