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동결 풀까요
지피티한테 피드백 몆 번 받고 나온 최종본입니다!(근데 거의 수정 안 함)
암튼 난 미리 말할게요 좀 슬프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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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언젠가 그 말을 한 적이 있었어.
백색 머리카락이 약간씩 흔들리던 그 순간에–
"우리도 죽을수 있을까?"
–라는 그 물음을 던진 너.
요정왕국의 숲은 너무나도 조용했지.
난 너의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게 했어.
너의 몸이 떨렸고, 난 그런 너를 안아주었지.
생각해보면 그때 참 빛났네, 우리.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풀숲의 고요를 느꼈어.
"널 지켜주는 존재가 있잖아."
"소울젬.. 말하는거야?"
아니.
내가 널 지켜줄거야.
그 말을 해줄걸. 아닌가. 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하지만, 이건 평생 후회할거야.
좋아한다고, 눈 딱 감고 얘기해줄걸.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말할걸.
"..응. 소울젬. 그리고 동료들."
바보같았다.
넌 그런 말에도 웃었고, 나도 웃었지.
보고 싶어.
난 왜 너에게 고백해주지 못했을까.
차라리 너가 백합에 도취되어 죽었다고 해줘.
넌 네 미래를 알았던거야?
왜
마지막 순간까지도 넌 웃었던거야.
.
.
4명의 영웅이 모인 자리.
5명이었어야 하는데. 넌 왜 간걸까.
모두가 빈자리를 바라보았고, 몇 분간의 침묵이 흘렀어.
"..회의 시작할게."
회의 안건을 말하려하자 눈물이 흘렀어.
목소리가 나오지않네.
"..세인트..릴리의.."
잠긴 목소리가 떨리고, 그 뒷말을 할수 없었어.
세인트릴리의 죽음, 그 후의 대책.
"힘들면 말 안해도 돼. 안건은 다 아니까."
홀리베리가 날 멈췄고, 모두가 숙연해졌어.
"..미안해."
바보같이 또 훌쩍이고.
또 나만 네 죽음을 슬퍼하는건가.
골드치즈 쿠키.
넌 세인트릴리의 죽음을 좋아할거야?
홀리베리 쿠키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누구부터 말할래? 골드치즈 쿠키부터?"
"내가.. 말하란 말이지.."
짜증나.
역겨워.
이 감정을 느끼는 나도, 무덤덤한 너도. 다.
"..우선은, 세인트릴리 쿠키의 장례식을 잘–"
"넌 죽은걸 좋아하지 않아?"
무심코 뱉은 말.
아, 안돼. 그치만 무언가가 울컥 올라왔어.
"넌 세인트릴리 쿠키를 미워했잖아.. 이제 와서 장례식? 위선 그만 떨어 골드치즈 쿠키."
안색이 새파래진 너.
잘못 됨을 느꼈지만 멈출수 없었어.
"너만 아팠어? 나도 아프고 우리 다! 다 아팠어. 근데.. 넌 뭐야? 사과가 그렇게 어려웠어? 몇천 년이 되는 시간 동안 세인트릴리가 얼마나 힘들어했는데!!"
몸이 덜덜 떨렸어.
홀리베리가 급히 다가와서 날 의자에 앉히고, 골드치즈는 멍한 상태로 입술을 떨더라.
"..."
왜.
왜 아무 말이 없어.
이걸 세인트릴리가 보고 있으려나.
넌 또 걱정하겠지?
또다시 침묵.
깊은 내면에 끝도 없이 퍼진 원망을 쏟아내버린 나는 골드치즈에게 다가갔어.
"미안. 미안해.. 네 탓이 아닌걸 알지만.."
그리고 네 모든 말은 시간을 멈추었지.
"용서한다는 말도.. 닿을 곳이 없다..
이제야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난 마지막까지 꼭 껴안아주지도 못했어..
얼마나 미안해했을까.
얼마나 수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웠을까.
살아 숨쉬는 순간에..
따뜻한 말 한마디가 뭐가 어려웠다고.
조금은 널 용서했다며,
꼭 껴안아주는게 그토록 어려웠던가.."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고, 결국 흐느끼며 울었어.
골드치즈 왕국의 권위자. 이제는 동료를 잃은 쿠키일 뿐.
홀리베리 쿠키도, 다크카카오 쿠키도 눈물을 떨궜어.
너가 있었다면 같이 울어주었겠지.
혼신의 힘을 다해 우릴 달랬겠지.
백합 향이 코 끝에 감도는 느낌이었어.
"..오늘 회의는 글러먹은 것 같다."
우린 각자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만나기로 했어.
세인트릴리 쿠키를 추모할 시간을.
"골드치즈 쿠키."
난 마지막에 골드치즈 쿠키를 불렀어.
넌 부은 눈으로 날 바라보았지.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뭐가 고맙다는 것이냐."
"세인트릴리를 용서해줘서."
더 있다간 또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그래서 빨리 자리를 피했어.
.
네가 남긴 백합은 아직 시들지 않았어.
꽃병 속에서 찬란히 빛났지.
"..."
보고 싶어.
네 손을 잡고 싶고 꼭 껴안고 싶어.
너와 함께 미래를 그리고, 그 미래를 색으로 다채롭게 물들이고 싶어.
그러고 싶었는데.
"세인트릴리 쿠키."
닿는 곳 없는 그 이름.
"세인트릴리 쿠키."
영원히 공기 중을 떠돌 그 이름.
"..세인트릴리."
영원히 사랑할 그 이름.
그 모습, 그 공기, 그 목소리.
"좋아해."
좋아해. 사랑해. 영원하자.
연인이라면 습관적으로 주고받을 그 말.
좋아한다는 말도 못 전했는데.
"우리 아직 할 말이 많잖아.."
뱃놀이를 하려다 배가 뒤집어졌을때.
인형을 꿰메주다가 손이 찔렸던 때.
눈이 쌓인 평원을 보고 하얀 잡초가 나왔다고 했던 때.
하얀 머리카락을 빗어주었던 때.
영웅 친구들과 웃으며 베리 주스를 마셨던 때.
내 옆에서 웃음 짓던 모든 네 모습.
그 모습이 아직 남아있는데.
"사랑해. 많이. 너무."
사랑할거야.
앞으로도 그럴거야.
백합을 보며 사랑한다 할거고, 푸른 하늘에 사랑을 그려낼거야.
"..."
우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만큼 울었다.
그 시간이 영원할 줄 알았으니까.
생각한것보다는 더 빨리 끝난 우리여서, 그래서.
난 아직 너가 너무 좋은데.
미워하기엔 넌 너무 예뻤어.
하고 싶은것도 많고, 그만큼 자유와 멀어졌는데.
백합이 빛났다.
그 백합을 마주보며 엎드렸다.
그곳은 무엇으로 가득 차 있을까.
달콤한 바닐라일까, 수많은 백합일까.
하얀 잡초가 푸르게 빛나는 계절이 다가온다.
.
.
같이 찾아오던 마당에 홀로 왔어.
백합이 빽빽히 심어진 그곳에서 발걸음이 멈추었지.
"..."
하얗고, 티없이 맑다.
넌 영원히 빛나겠지?
"봄이야, 세인트릴리."
누군가가 봤으면 이상하게 보았을거야.
하지만 난 널 생각하며 말을 걸었어.
예전의 네 모습이 보여졌어.
"우와.. 이걸 다 심은거야?"
놀라워하던 그 눈빛.
백합 속으로 뛰어들어가던 네 발걸음.
백합보다 더 빛나던 네 모습이.
백합 속에 고요히 누웠다.
이렇게라도 해야 너가 옆에 있다는 느낌이 들것 같아서.
"방에 백합 놔두면 죽는다던데."
그럼 네 꽃말은 죽음인가.
몇천 년 동안 서서히 죽어간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 웃는 내가 바보같았다.
백합의 알싸한 향이 코 끝을 스쳤다.
"온통 하얗네."
백합들이 자유롭게 심어져 있었다.
자유.
그 단어가 내 몸을 휘감았다.
"..더이상 우는 모습 안 보이려고 했는데."
백합에 눈물이 떨어지고, 스며들고.
알싸하게 퍼진 향에 의식이 몽롱해지고.
이대로 네 곁으로 가는것도 나쁘지만은 않을것 같아.
백합 한송이를 손으로 쓸어보았다.
한 꽃잎에 한 추억.
그 추억을 더듬다가 눈을 감았다.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여전히 그리웠다.
"하얀 잡초가 다 시들었네."
겨우겨우 입꼬리를 올리며, 허공에 외쳤어.
고요한 정원에는 많은 꽃들이 사박거렸어.
꿀을 찾기 위해 들어온 많은 나비들.
안식을 방해하는 나비들을 손으로 휘저어서 쫒았지만,
유독 눈에 밟히는 나비가 있더라.
초록색 날개에 은은히 퍼진 회색과 붉은색.
도저히 쫒아낼 수 없던 그 나비.
착각이었겠지.
그땐 그 나비가 너처럼 보였거든.
그래도,
정말 네가 내 옆으로 온거라면.
"많이 좋아해.."
앞으로도 그럴거야.
눈물에 시야가 흐려지고, 세인트릴리의 모습이 스쳐갔다.
나비는 내 주변을 계속 날다가, 잠시 멈추었다가.
코 끝에서 팔랑거리다가.
그리고 그대로 날아갔다.
그 나비는 한번도 꽃에 앉은 적이 없었다.
.
꽃병 속 백합에 나비가 날아들었다.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불었다.
백합이 고개를 약간 수그렸다.
하지만, 절대 시들지 않을 것이다.
강인한 나의 백합은 시들지 않으니까.
시들지 않을, 영원히 사랑할 나의 백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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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과거 추억은 창작이에요!
해피 화이트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