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p 썰
좌우 구분 거의 X / 퇴고 X덤 초등학교 1-A반에 전학 온 바람궁수.
전학 온 첫날부터 여학생들에게 인기 많았지만, 처음 말 건 아이는 여학생이 아닌 남학생이었음
불타오르는 머리카락이 인상깊은 그 아이
그 쿠키는 바궁에게 먼저 손 내밀어 주며 학교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줬음. 그 아이의 이름은 불꽃정령.
불정과 바궁은 가끔씩 투닥거리긴 했지만 놀랍도록 빨리 친해져서 어느새 방과 후에 같이 어울려 놀 정도의 절친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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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학교가 끝나고 놀이터에서 놀던 불정이 바궁한테 보여줄 게 있다며 학교 옆으로 데려감
학교 옆에는 버려진 공사 자재가 널려있었고, 안쪽은 나무와 높은 풀숲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음
여긴 버려진 공사 물품들이 많아 위험하다고 선생님이 말하셨어, 라고 불정에게 말해봐도 괜찮다고 하며 손으로 공사 물품들과 풀숲을 헤치고 안쪽으로 들어감
불정이 안쪽으로 먼저 들어갔고, 바궁은 정말 들어가도 괜찮을걸까 생각함. 물론 불정이 어서 들어오라는 소리에 안쪽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아무것도 없을 거다,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안쪽엔 반쯤 허물어진 오두막이 있었음
불정이 오두막 위에 앉아서 손을 흔들고 있었음. 거긴 어떻게 올라간거냐 의문이 들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진 않음
바궁이 다가가자 풀쩍 뛰어내린 불정이 오두막 안쪽은 더 멋질거라 하고 오두막 안쪽을 소개해줌
허물어진 부분을 제외하곤 제법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둔 곳이었음. 한 쪽에는 아마 쓰레기장에서 누워 왔을 간이 소파가 있었고, 그 앞에는 간식들이 여럿 쌓여 있는 작은 탁자가 있었음
그리고, 그 때부터 이 오두막은 둘만의 작은 아지트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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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행복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음
초등학교 졸업 직후, 강당에 둘만 남겨진 시간. 창 밖으로 어렴풋히 보이는 노을. 그리고 나 이사가, 라고 말하는 불정의 눈. 배경과 시간대 때문인지 쓸쓸해 보였음
뭐라 반응해야 할지 몰라 응, 이라 단답으로 답한 바궁에게 불정이 열쇠 하나를 쥐어줌
이거 너한테 미리 줄게. 그러니까, 아주 나중에 열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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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궁은 시간이 지나고, 여러 일들이 생기며 그 열쇠를 까맣게 잊어버리게 됨. 어리고 꿈 가득한 그 아이는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어 버렸음
수능이 끝난 고등학생에게 남은 일이라곤 거의 없었음
독립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방을 정리하던 바궁. 그러다 서랍에서 열쇠 하나를 발견함. 어쩐지 익숙해 보이는 그것. 곧 불정이 준 열쇠라는 것을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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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에 도착한 바궁
바깥쪽 공사 자재들은 대부분 치워진 상태였고, 나무들과 풀숲은 이미 깎여 없어져 있었음
설마 오두막이 없어진 건 아니겠지, 싶었지만 다행히도 없어져 있진 않았음. 다만 상당히 허물어졌을 뿐.
오두막을 뒤져 보니 수상한 상자 하나가 보임
자물쇠로 꽉 잠겨 있는 그 상자. 열쇠를 끼워 돌렸음
안에 들어있는 것은 다름 아닌 각종 유리구슬, 모양이 다양한 돌들, 동전 몇 개, 그리고 스티커사진까지.
사진 속, 쾌활하게 웃으며 화면을 향해 손으로 브이를 해보이는 불정. 그 웃음을 잊고 살았음에 조금 죄책감이 듦
다시 한 번 너를 만나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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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락처도 없이 헤어져 버렸기에 연락은 불가능했음. 역시 옛 인연으로 간직해야 하는 걸까?
띠링
그러다 누군가로부터 문자가 옴
그저 스팸 문자겠거니 싶어 무시하려고 함. 그렇지만 바람궁수! 너 맞지? 라는 내용을 보니 광고성 내용은 아닌가 싶었음
누구시죠
그렇게 문자를 보내자마자 온 답변
나 불꽃정령!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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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처럼 옛 인연을 만나기로 약속을 잡음
그것도 오늘, 아지트에서.
졸업식의 그 날처럼 하늘엔 노을이 띄워져 있었음
하지만 해는 점점 저물고 있었고, 옛 인연은 아직까지도 오지 않았음. 조금만 더 있다간 완전한 밤이 찾아올것 같아 바람궁수는 발걸음을 돌렸음
약속은 다음번으로 미뤄야 할까 라는 생각은 들려온 그리운 목소리에 사라짐
바람궁수!
그리운 목소리
몸을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함. 당연하게도, 그 목소리의 주인은 불꽃정령이었음. 그 때와 같이, 쾌활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그 모습. 바람궁수 쿠키는 어쩐지 코가 시큰해져 오는 느낌이었음
아,
넌 여전히 변한 건 없구나.
멈춰있던 너와의 시간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