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죽계의 균열》EP.1: 작은 균열, 검은 진실

👑
일반
《반죽계의 균열》EP.1: 작은 균열, 검은 진실
profile
9
ꜱᴜɢᴀʀ
2025.06.06 22:20 165 1512
시리즈
《반죽계의 균열》
달콤한 왕국에 번지는 한 조각의 예언. 평화는 금이 가고, 쿠키들의 운명은 서로 얽힌다. 빛과 어둠, 웃음과 배신이 교차하는 순간— 쿠키들의 운명이 서서히 얽히고, 달콤함 속에 감춰진 씁쓸한 진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과연 누가, 이 균열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인가. 달콤하지만 쓰디쓴 판타지, 《반죽계의 균열》 <휴재중>
현재
2

《반죽계의 균열》

EP.1: 작은 균열, 검은 진실

 




바람은 마치 오래된 탄식처럼, 검은 성벽을 타고 흐르고 있다. 다크카카오 왕국은 여전히 무겁고 침묵으로 가득 찬 땅. 성채 안의 어둠은 해가 떠 있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더 어두워져만 갔다.

성 안의 고요를 깨뜨리는 것은 낮은 현악기의 울림이었다. 파베맛 쿠키는 어깨에 멘 거문고를 천천히 조율하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다크초콜릿처럼 짙은 머리카락이 미세하게 흔들릴 때, 무심하게 깔리는 저음이 성벽에 부딪혔다.

“파베. 또 혼자 있냐?”

스모어맛 쿠키가 성벽을 타고 뛰어내리듯 내려와 파베맛 쿠키 옆에 멈춰 섰다. 어깨에 잔먼지가 묻어 있었고, 눈 밑의 상처 자국은 어쩐지 더 짙게 보였다.

“스모어맛 쿠키, 일 끝났구나”

파베는 거문고에서 손을 떼고,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중얼거렸다.

“그놈들, 북쪽 경계선 근처에 또 드나들던데. 쫓아냈지. 그런데 그놈들에게서 나는 냄새가 좀 이상했어.”

“냄새?”

“응. 반죽 타는 냄새 비슷한 거. 요 몇 달간 자주 맡지 않았냐? 심해서 자꾸 코를 막게 된다니까.”

파베맛 쿠키는 이마를 찌푸렸다. 거문고줄이 부드럽게 울리며 마치 감정을 대변하듯 웅웅거렸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스모어맛 쿠키를 바라보았다.

“그 냄새, 반죽계 쪽에서 왔을지도 몰라.”

“역시 그런 생각 했냐. 설마하다가 말 하지는 않았는데... 나도 그게 맞는 것 같다.”

“...그럼 다크카카오 님께 보고해야겠지”

“보고하긴 했는데, 그냥 고개만 끄덕이더라. 평소보다 말이 없었어.”

파베맛 쿠키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희미하게 웃었다. “요즘 다들 말이 없지. 왕국 전체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 아니, 모르는건가?”

스모어맛 쿠키는 그를 옆에서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너도 그렇잖냐. 맨날 고상한 말만 하면서, 속으론 쪼매 귀엽, 아니, 뭐랄까, 헛기침하는 그 버릇—”

“그만. 입 다물어^^”

“알겠슴다~”

 

다크카카오 왕국의 어둠 너머, 퓨어바닐라 왕국은 순백의 빛으로 감싸인 듯 보였다. 하지만 그 평화도 갈라진 금 위에 놓인 무언가처럼, 불안정했다.

한적한 정원 한가운데에서 레이디그레이맛 쿠키는 긴 한숨을 내쉬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요즘엔 차도 맛이 없어…”

은빛 티스푼처럼 생긴 방패를 땅에 놓으며, 그녀는 울적한 눈길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또 마법 쿠키들이 회의하고 있겠지... 난 또 빠졌고…”

그녀의 투덜거림 사이, 조용한 발소리가 다가왔다.

“레이디그레이맛 쿠키 님…”

흑임자맛 쿠키였다. 조용히, 마치 바람에 묻혀 사라질 듯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손엔 언제나처럼 그의 팔레트와 나이프가 들려 있었고, 흑백의 그림자가 그 뒤를 길게 끌었다.

“오늘은… 해를 좀 그렸어요”

“해?”

그녀는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네. 희망 같은 건 못 믿지만… 가끔 그리면 좋잖아요.”

그 말에 레이디그레이맛 쿠키는 잠시 웃음을 머금었다. “넌 참… 이상해. 그러니까 정이 가지.”

그 순간, 하얀 벽면에 새처럼 뿌려진 그림자 하나가 스쳤다. 흑임자맛 쿠키와 레이디 그레이맛 쿠키는 고개를 들고, 빠르게 그림자를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정원의 입구엔 누군가 서 있었다.

“어서오세요… 여행객이신가요?”

레이디그레이맛 쿠키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으나, 그림자 속 인물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래된 가면을 쓴 듯한 실루엣, 입가엔 마치 말이 새어 나올 듯한 미소가 얹혀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은 끝내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림자는 반죽이 타는듯한 매캐한 냄새를 풍기며 사라졌고, 흑임자맛 쿠키와 레이디그레이맛 쿠키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간 탓이였을까. 알수 없는 기분이 그들을 엄습해왔다.



한편, 다크카카오 왕국의 성채 깊은 곳, 파베맛 쿠키는 스모어맛 쿠키와 헤어진 후 혼자 거문고를 조율하며 혼잣말을 뱉고 있었다.

“모든 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지...응?”

파베맛 쿠키는 무언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기분을 느껴 거문조 조율을 하다 만 체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알지 못할 쿠키척이,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는것만 같았다.

“방금 지나간 건... 쿠키였나? 아니, 진짜 쿠키가 맞을까.. 거문고 조율을 너무 집중해서 그런지 피곤하네. 스모어맛 쿠키에게 잘 되었는지 물어보러 가야겠어. 잠깐 정찰도 할 겸.”

멀어지는 발 걸음소리. 그러나 파베맛 쿠키 너머, 저 깊은 반죽계 어딘가에선 조용히 무너지는 반죽의 소리가 또 한 번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따라, 파운드케이크맛 쿠키는 검은 연기 속에서 조용히 속삭였다.

“…곧 시작이야. 모두, 기억할 시간이야. 앞으로는 나를 많이 보게 될껄..? 너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야...”







-다음편에 계속-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