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죽계의 균열》 EP.2: 꽃잎 위로 떨어진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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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계의 균열》 EP.2: 꽃잎 위로 떨어진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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ꜱᴜɢᴀʀ
2025.07.26 22:34 176 1013
시리즈
《반죽계의 균열》
달콤한 왕국에 번지는 한 조각의 예언. 평화는 금이 가고, 쿠키들의 운명은 서로 얽힌다. 빛과 어둠, 웃음과 배신이 교차하는 순간— 쿠키들의 운명이 서서히 얽히고, 달콤함 속에 감춰진 씁쓸한 진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과연 누가, 이 균열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인가. 달콤하지만 쓰디쓴 판타지, 《반죽계의 균열》 <휴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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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계의 균열》

EP.2: 꽃잎 위로 떨어진 그림자





하늘빛이 은은히 내려앉은 새벽, 세인트릴리 왕국의 중심 정원은 고요함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별빛처럼 흩날리는 하얀 꽃가루는, 바람에 실려 정원의 중심에 앉아 있는 한 쿠키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는 은별 쿠키. 이 세계에서조차 ‘소리 없이 사라지는 자’로 알려진 신비로운 존재였다. 은은한 아우라와 함께 망토를 정리하던 그녀는, 자신의 앞에 놓인 꽃송이들을 가만히 응시했다. 새하얀 장미 한 송이, 백합 세 송이, 그리고 새로이 핀 붉은빛 모란.

"...이건 경고야. 반죽계가 움직이고 있어."

그녀는 꽃잎을 스치는 손끝에서 미세하게 떨림을 느꼈다. 마법이 아니었다. 더 오래된, 더 깊은 무언가가 이 세계의 대지를 자극하고 있었다. 은별 쿠키는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그 위에 조용히 꽃가루가 모여들며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다. 뒤틀린 무언가의 실루엣.

그녀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그 순간, 뒤에서 조용히 목소리가 들렸다.

"또 꽃 점괘인가요? 이번엔 뭐가 보이던가요?"

부드러운 말투와 함께 다가온 건 세인트릴리 쿠키였다. 빛나는 흰 백합 꽃잎이 그녀를 따라 피어났고, 그 자리에 섰을 때는 이미 주변 공기는 정화되어 맑은 빛을 품고 있었다.

"균열의 그림자."

은별 쿠키는 시선을 들지 않은 채 낮게 말했다.

"그림자가 세상과 우리 마음 틈 사이로 흘러들고 있어요."

세인트릴리맛 쿠키는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 위에 있는 꽃가루를 털어주었다.

"그걸 우리가 막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늘 치유해 왔어요. 언제나, 그 자리에서 한결같이. 하지만... 이번엔 그 상처가 너무 깊어요. 마치 더는 꿰멜수 없는 덧난 상처처럼.."

세인트릴리의 미소가 약간 흐려졌다. 바로 그 순간, 새벽의 고요함을 깨듯 멀리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렸다.

"저기요오오오~~!!"

자신만만하게 외치며 달려온 것은 로즈마리맛 쿠키. 찬란한 붉은 장미를 안은 채로 헐레벌떡 뛰어온 그녀는 여전히 흠잡을 데 없는 메이크업을 자랑했다.

"여기 정원에 이상한 반짝이가 떠다녀요! 무슨... 음... 음향효과도 같이 들리는 것 같고!"

세 쿠키의 시선이 그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향했다. 공중에 부유하는 희미한 가루 조각들, 마치 사라지지 않는 꿈의 잔재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들려오는 것은...

무언가 바닥을 긋는듯한 소리.

그리고, 낮은 숨소리.

은별 쿠키는 한숨을 쉬며 살포시 눈을 감았다.

"반죽계가... 쿠키 세계를 향해 문을 열고 있어요. 아니, 이미 열렸네요."


 


그 시각, 홀리베리 왕국.

반복되는 풍요와 전통으로 활기찬 분위기를 가진 홀리베리 왕국은 그 누구보다 평화를 자랑하는 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궁의 안쪽은 요즘 부쩍 술렁이고 있었다.

“...꽃잎이 왜 저렇게 떨어지는 거지...?”

한 쿠키가 정원의 울타리 너머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였다. 진달래맛 쿠키, 과거의 죄를 안고 지금은 느긋한 평화를 살고 있는 그녀였다.

그녀의 손끝에서 피어난 진달래 꽃잎들이, 마치 의지를 지닌 것처럼 허공에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꽃잎 하나하나가 불안정하게 떨리고, 기분 나쁜 공기가 새어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요즘... 뭔가... 이상하달까... 나도 잘 모르겠지만... 뭔가... 느껴지는 것 같단 말이야...”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온 그림자.

“뭐가요? 혹시 꽃잎 속에서 열매라도 찾으셨어요?”

블루베리 쿠키였다. 오늘도 망토를 멋지게 휘날리며 폭탄 두 개를 한 손에 들고 있었다. 귀엽지만 묘하게 어른스러운, 그리고 체리맛 쿠키와 나눠 쓴 시간들을 기억하는 특별한 쿠키.

“으흠흠. 오늘... 체리랑 피크닉 가는 날인데... 하늘이 너무 이상해서요. 혹시 뭐 발견하신게 있나 해서 찾아와봤어요.”

진달래맛 쿠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이 뒤틀리고 있는 것 같아...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였구나.”

블루베리 쿠키는 손에 든 폭탄을 바라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였다.

“혹시... 쿠키가 아니었던 기억, 아니. 쿠키 이전의 기억. 생각난 적 있어요?”

진달래맛 쿠키의 눈동자가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도... 봤구나."

순간, 정원 끝에서 굵은 땅의 울림과 함께 거대한 꽃송이가 폭발하듯 피어올랐다. 아니, 그것은 꽃이 아니였다. 그것은 뒤틀린 형상이었다. 꽃잎처럼 생긴 육질의 표면, 그리고 중간중간 갈라진 틈으로부터 튀어나오는 끈적한 반죽 조각들.

블루베리 쿠키는 재빨리 폭탄을 꺼내며 외쳤다.

"진달래맛 쿠키 언니, 저건... 저건 쿠키도, 케이크 괴물도 아니에요!"

진달래는 조용히 손을 뻗었다.

“...이런 것도... 내가 만든 죄일까나...?”

세인트릴리 왕국과 홀리베리 왕국은 지금, 각각의 방식으로 반죽계의 틈을 목도하고 있었다.

아직 서로는 연결되지 않았지만, 조용히 다가오는 균열은 이 세계를 하나로 감싸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붉은 빛이 도는 톡쏘는 머리카락을 가진 쿠키가 흐릿한 거울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와이셔츠와 넥타이. 그리고 조용히 중얼이는 입술.


“반죽계가 흔들리는 소리... 마치 음료를 섞을때와 같은 기분 좋은 소리가 나는군요.”

칵테일맛 쿠키.

그녀의 손끝에서 부드럽게 쓸린 종이 한 장. 그 위에는 세인트릴리, 홀리베리, 다크카카오, 퓨어바닐라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곧... 기억을 가진 자들은 깨지겠죠?"



파운드케이크맛 쿠키.

“인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재료를 모아야 하니 서둘러서 끝내자고.”



그리고 어둠 속, 흰색 드레스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는 한 쌍의 눈동자.

“아하하하하!! 어서 미천한 쿠키들에게 절망을 심어주러 가볼까? 우리의 고귀한 뜻을 그들이 어떻게 알겠어.”

프린세스 토르타맛 쿠키.



“지상 위 쿠키들에게 가볼까.”

세 쿠키들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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