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죽계의 균열》 EP.3: 쓰디쓴 초대장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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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계의 균열》 EP.3: 쓰디쓴 초대장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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ꜱᴜɢᴀʀ
2025.08.13 23:06 178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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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계의 균열》
달콤한 왕국에 번지는 한 조각의 예언. 평화는 금이 가고, 쿠키들의 운명은 서로 얽힌다. 빛과 어둠, 웃음과 배신이 교차하는 순간— 쿠키들의 운명이 서서히 얽히고, 달콤함 속에 감춰진 씁쓸한 진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과연 누가, 이 균열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인가. 달콤하지만 쓰디쓴 판타지, 《반죽계의 균열》 <휴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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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성곽 위로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다크카카오 왕국의 높은 망루에서 파베맛 쿠키는 서류 뭉치를 들고 서 있었다. 거문고 줄이 바람에 울리며 낮은 울음을 냈다. 스모어맛 쿠키가 옆에서 고개를 들고 말했다.


“바람 참 거세네. 근데, 파베맛 쿠키.. 진짜 이거 다 할 수 있겠슴까?”


“당연하죠. 이건 단순한 외교 문서가 아니에요. 반죽계 전체를 움직일 초대장이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해.”


파베맛 쿠키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종이 위에 적힌 단어 하나하나가 묘하게 무거웠다. ‘왕국 회담.’ 단 네 글자, 그러나 그 속에 얽힌 의미는 단순한 외교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다크카카오 쿠키는 긴 회의 끝에 결정을 내렸다. 각 왕국의 지도자들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어, 가까운 시일 내에 대면 회담을 연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리코타치즈맛 쿠키가 전한 예언 때문이었다. 반죽계 어딘가에서 ‘균열’이 퍼지고 있다는 예언. 그 균열이 왕국과 왕국 사이의 미묘한 긴장과 맞물리면, 큰 전쟁으로 번질 수 있었다.


“흑당맛 쿠키는 어디 있니?” 파베맛 쿠키가 물었다.


“아래에서 부하들이랑 지도 펴고 있음다. 경로 확인 중이래요.”


스모어맛 쿠키의 대답에 파베맛 쿠키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거문고 끈을 조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좋아. 오늘 안에 첫 번째 서한은 퓨어바닐라 왕국으로 보내는 걸로 하자.”

멀리, 퓨어바닐라 왕국. 햇빛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중앙 정원에서 레이디그레이맛 쿠키와 흑임자맛 쿠키가 나란히 서 있었다. 레이디그레이맛 쿠키는 티스푼 방패를 닦으며 중얼거렸다.


“이상하네. 평소보다 비둘기들이 더 자주 오네. 전부 다른 왕국에서 온 봉투를 물고 있잖아?”


흑임자맛 쿠키는 조심스레 봉투 하나를 받았다. 왕국 문장이 새겨진 밀랍 인장이 보였다. 인장을 떼는 순간, 정갈한 필체가 눈에 들어왔다.



퓨어바닐라 왕국의 현명한 지도자께,

저희는 반죽계의 안녕과 미래를 위해, 가까운 시일 내에 각 왕국 대표들이 함께하는 회담을 제안합니다.

- 다크카카오 왕국 외교관, 파베맛 쿠키




“회담…?” 흑임자맛 쿠키가 작게 되뇌었다. 그 순간, 멀리서 퓨어바닐라 쿠키가 걸어왔다. 온화한 미소였지만, 손에 들린 또 다른 편지 봉투가 묘하게 무거운 분위기를 풍겼다.


“나도 같은 서한을 받았어. 세인트릴리 왕국에서도 회담 준비를 한다고 하네.”


그 말에 레이디그레이맛 쿠키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럼… 왕국들이 전부 움직인다는 건가요?”


퓨어바닐라 쿠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인트릴리 왕국의 성문 앞, 은별 쿠키가 말 위에서 편지를 펼쳤다. 빛이 종이 위에서 부드럽게 번졌다. 로즈마리맛 쿠키가 뒤에서 살짝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내용이 뭐야?”


“다크카카오 왕국에서 온 공식 초대장이야. 전 왕국 회담.”


“회담이라… 재미있겠네.” 로즈마리맛 쿠키는 장미꽃 줄기를 돌리며 웃었다.


그 옆에서 세인트릴리맛 쿠키가 다가왔다. 그녀는 편지를 받아들고, 잠시 눈을 감았다. 마음속 깊이 뭔가가 스며드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건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니야. 아마도… 예언이 현실로 다가오는 신호일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귀 기울이는 자는 그 안에서 묘한 긴장을 읽을 수 있었다.

한편, 홀리베리 왕국의 연회장. 프린세스 토르타맛 쿠키가 거울 앞에서 드레스를 고르던 중, 문이 열렸다. 붉은 깃발을 든 시종이 달려왔다.


“진달래맛 쿠키님, 다른 왕국에서 회담 초대장이 도착했습니다.”


진달래맛 쿠키는 떨어져버린 꽃 한 송이를 내려놓고, 봉투를 집어 들었다. 그녀의 눈이 문장 위를 스쳤다.


“…퓨어바닐라 왕국이라.. 재미있네?”


입꼬리가 미묘하게 내려갔다. 그녀는 편지를 그대로 접어 품속에 넣었다.

다크카카오 왕국의 집무실에서 파베맛 쿠키는 마지막 서한을 완성했다. 봉투에 밀랍을 찍는 순간, 스모어맛 쿠키가 창가에 걸터앉아 말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네.”


“그래. 하지만… 시작이 항상 평화롭진 않지.” 파베맛 쿠키가 낮게 웃었다.


"그럼. 나는 마저 준비를 하러 가보지." 스모어맛 쿠키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


그러고 10분이나 지났을까. 멀리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자, 그림자 속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파운드케이크맛 쿠키였다.


“외교 준비에 바쁘신가 보군요.?”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뭔가 날카로운 것이 숨겨져 있었다.


파베맛 쿠키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 “누구시죠? 왜 여기 계신 건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음..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흥미롭네요. 과연 당신이 잘 해낼수 있으실거라 믿으시는건가요? 흐흐흐.”


그 말만 남기고, 파운드케이크맛 쿠키는 조용히 사라졌다.

파베맛 쿠키는 놀란 마음을 쓸으려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거문고를 어깨에 메었다. 창밖에는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사절단을 실은 말들이 이미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회담은 곧 열릴 것이다. 그리고 그날, 반죽계의 균열은 더 이상 예언 속의 단어가 아니게 되리라. 그녀는 서둘러 그 방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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