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해질녘에 : 04: 만남은 시작이라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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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밝은 해질녘에 : 04: 만남은 시작이라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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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_포터
2025.10.12 20:35 226 3010
시리즈
밝은 해질녘에
사실 이 세상에 여러 이름으로 존재하는 초능력자들. 어딘가에서는 마녀로, 어딘가에서는 위법자로. 한 나라에 초능력자, 리오가 나타나게되고, 첫번째 초능력자의 등장으로 나라의 정부는 그녀를 입양하게 된다. 그리고서 얼마후 만난 타국의 마녀의 아들. 마녀사냥을 당한 마녀의 아들은 정부에게 길러지게 되고, 초능력자 리오의 보자관으로 써 이노는 함께 나아간다.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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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안, 미안.. 그래서, 네가 누구라고?"



리오의 멋쩍은 모습에 이노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렇게 약간의 정적이 흐르고 이노가 말을 트었다.



"딱히 밝힌 적은 없는데."



틀린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노의 무관심한 말투와 얇은 목소리가 어우러지자 그의 말에 불만스러운 것인지, 호의적인 태도인지를 알수가 없었다.


리오 역시 그렇게 느낀듯했다. 여전히 양손을 허리에 짚은 채 그녀는 고개를 까딱 기울이며 말했다.



"너, 나한테 무슨 불만있냐?"



이 상황에서라면 당연한 말이었지만 그런 당연한 의문에도 익숙하지 않은지 이노의 얼굴에는 불만스러운 빛이 스쳐지나갔다.



"불만? 그런게 있을리가."



"그럼 알려주던가. 너, 누구냐고?"



리오의 끈질긴 질문에 이노는 어이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그녀의 행동을 비꼬듯 허리에 양손을 짚은 그녀의 자세를 따라했다.



"니가 알아서 뭐할건데?"



리오와 똑같이 고개를 까딱해 보이는게 강력타였다.

이노는 자신 나름대로 리오의 속을 긁어보였다고 생각했다.



지금쯤 리오는 칠판 긁는 소리같은 불쾌한 기분으로 가득 차 있을것이다. 속은 펄펄 끓고 있을것이다. 마음이 물이라면 온도는 한 100도 정도 되었을까.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우쭐해진 이노는 자신도 모르게 작은 비웃음을 흘렸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흘러넘친 이노의 비열한 웃음은 앞에서 바라보던 리오를 놀라게 하였다. 아마 초면인 사람에게 비웃음을 당할 줄은 몰랐던 것일까, 리오의 입가에 어이없음과 당혹스러움이 섞인 웃음이 번졌다.

그것도 잠시, 자신의 웃음에 어이없어 짜증나하는 이노를 보니 당황스러움은 재미로 변하고 어이없음은 흥미로 변질 되었다.



이내 리오가 푸흡, 하고 진심이 담긴 웃음을 옅게 피어내자, 이노는 성이났다.



자신은 고작 이런 녀석을 만나기 위해서 이 긴 복도를 걸어왔단 말인가. 사실은 그리 길지는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마저도 이 아이때문에 쓴것이라면 아까웠다.



뭐 이런 녀석이 다 있어. 이럴 시간에 훈련이나 할걸.

불만스러운 메모지는 이노의 머릿속을 덕지덕지 장식했다.



이노는 계속해서 리오를 노려보았고, 그런 이노를 리오는 가소롭다는 미소를 띈 채 바라보았다.



어쩐지 불꽃이 튀기는 둘의 대치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하마르가 장난스러운 웃음을 머금었다.


그러고는 둘을 서로에게서 조금 떨어뜨려 놓으며 말했다.



"리오, 얘는 이노야. 이노, 얘는 들었겠지만 리오란다. 그보다, 첫 만남이 이렇다니, 너희 둘. 정말 좋은 친구가 될지도 모르겠는걸~"



그 말을 듣자 리오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고, 이노는 조용히 씩씩대며 하마르의 소매자락을 잡았다. 물론 여전히 리오를 노려보는 채였다.



"나는 만남을 시작이라고 칭하거든."



어쩌면 자신의 젊은 날을 회상하는지 눈을 감고 그 상황을 음미하던 하마르는 이내 낭만이 넘치는 말을 흘리고는 이노를 잡아끌었다.


자신에게 끌려가면서도 계속해 리오를 노려보는 이노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하마르는 문고리를 살며시 돌렸다.



"그럼 가볼게 리오~ 이노도 인사해야지?"



리오에게 장난스레 윙크를 날린후, 하마르는 이노의 머리를 푹, 눌러서 강제로 인사하는 행세를 하게 만들었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머리를 눌린 이노는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놀랐다가, 이내 인상을 찌푸리고는 하마르를 지나쳐 문 밖으로 나갔다.


갑자기 나가버린 이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하마르가 리오쪽으로 돌아보며 말했다.



"하여튼.. 성격이 저래서 말이야~ 앞으로 접점이 많을텐데, 리오가 좀 잘 케어해주라~"



하마르는 뒤돌아서선 가볍게 손을 흔들며 복도로 걸어나갔다.



"리오 잘있어~"



"잘가, 아저씨!"



하마르가 느긋히 걸어가는 길고 넓은 복도에 리오의 목소리가 허전히 울려펴졌다.



어쩐지 기대감이 어려있는 리오의 눈을 마지막으로 이제는 분홍색으로 빛나는 문이 가벼운 마찰음을 연주하며 닫혀갔다. 새로운 시작을 노래하는 목소리를 남기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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