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내가, 왜?!"
방에 울린 리오의 큰 불만의 외침에 하마르는 장난스럽게 미간을 찌푸리며 귀를 막았다. 그러고선 리오에게서 한발자국 떨어지며 말을 텄다.
"음, 저번에도 말했잖아~ 너랑 이노랑 파트너같은 관계가 될거라고."
말을 끝마친 하마르는 자신의 순수함을 어필하려는 듯 눈을 깜빡거리며 리오를 바라보았다.
"아, 말 안했던가."
리오는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갸웃 해보이는 하마스를 보며 씩씩거렸다.
리오를 보던 하마르의 얼굴에 어느새 흐뭇한 웃음이 번졌다. 하지만 그 웃음은 리오의 심기를 더욱 건들이기만 한듯 했다.
"아, 진짜! 지금 웃을 때야? 아니, 진짜 왜 내가 걔랑 같이 지내야하는건데?"
리오의 그런 반응에 하마르는 오히려 실실 웃으며 뒷머리에 두 손을 올렸다. 그러다 생각난 듯 시계를 힐끔보며 말했다.
"니가 말하는 걔라면 좀 있으면 올텐데~ 음, 이제 오겠다."
마치 모든것을 안다는듯, 하마르는 리오에게 찡긋, 윙크를 해보이고선 여유롭게 눈을 감고 숫자를 세었다.
여러색을 품은 문 밖에서 영문 모를 소리가 들려왔다.
"자, 하나~"
하마르가 하나, 하고 숫자를 세니 그 소리가 사람의 발걸음 소리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리고 둘~"
둘을 세자 조그마한 고함이 들려오는 것같기도 했다. 발걸음 소리는 점점 크고 빠르게 들렸다.
셋이려고 하려던 하마르가 검지를 들며 장난기를 머금은 눈으로 비장하게 말했다.
"음.. 아니, 아직이야."
그는 눈을 감은채 계속해서 점점 커지는 발소리와 고함을 듣다가 눈을 번쩍 뜨면서 말했다.
"셋."
그가 셋을 외치자 문에 막혀있던 고함이 들려왔다. 야생 짐승같은 무언가가 문을 박차며 들어왔다.
"으아아아아!"
고함과 함께 들어온 사람의 형체는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주위를 휙휙 둘러보다가 중얼거렸다. 그 모습이 거의 짐승으로 보일 정도였다.
"하마르 씨는 어딨어."
목소리를 들어보니 그 사람같은 것은 이노였다. 이노의 목소리와 달려오느라 삐뚤어진 가면 사이로 보이는 눈에서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내 그 눈은 자신의 바로 옆에 있는 리오를 흘겨보고 있었다. 그가 그녀를 보며 거슬린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자 그의 가면이 살짝 움직였다.
그가 일어서며 가면을 고쳐 썼다. 그러곤 옷의 먼지를 털며 성가시다는 말투로 리오에게 물었다.
"또 너냐? 아니, 그보다. 하마르씨는 어디.. 아."
이노의 얼굴이 소름끼치는 억지 웃음으로 일그러졌다. 평소의 높은 소년의 목소리보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리오의 침대 뒤에 다 보이게 숨은 하마르를 불렀다. 무서울만큼 억지로 짜내는 웃음을 머금은 채말이다.
"하마르씨, 거기 있네?"
큼큼, 하고 목을 고른 하마르는 허리를 뚜둑 소리나게 펴며 침대 뒤에서 나왔다. 얼굴에는 웃음을 가득 머금은채 특유의 뻔뻔한 태도로 이노에게 말했다.
"아하하, 이노, 왔구나~ 안그래도 너 얘기하고 있었어~ 안그래, 리오?"
하마르는 웃는 입으로 번지르르한 말을 내뱉으며 리오에게 구조의 눈빛을 보냈다.
하마르의 눈빛을 본 리오는 코웃음을 치며 말없이 가볍게 고개를 기울여보였다.
그런 리오의 행동은 신경도 쓰지 않은채 이노는 끈질기게 물었다.
"어, 그랬어? 근데 그래서 내가 왜 쟤랑 지내야 하냐고."
하마르는 원망의 눈으로 애꿎은 리오를 쳐다봤다.
뻔뻔한 포커페이스는 깨지지 않은채 하마스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웅얼거렸다.
"아, 그게 아니라아~"
하마르는 자신의 변명을 들을 생각도 없는 듯 허리에 손을 짚고 자신을 바라보는 두 10대 아이들을 애처로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하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입에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머금은 채였다.
"너희는 같이 임무를 하게 될거라고~"
습관처럼 두 아이에게 윙크를 해 보이며 덧붙였다.
"이건 말했지? 임무하는거."
이 말에 리오는 성난듯 씩씩대었고 이노는 그 모든 게 귀찮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니, 저런 애랑 파트너 한다는 말은 없었잖아, 하마르씨?!"
"하, 혼자하는 임무가 아니었어?"
자신의 말에 노발대발하는 두 아이를 보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흘리며 그들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조금만 익숙해져봐~ 다음에 나랑 만날 때면 너희 둘이 임무를 해야 될 태니까."
자신의 손을 떨쳐내는 두 아이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하마르씨는 자신의 겉옷 주머니에 두 손을 넣으며 열려있는 방의 문으로 빠르게 나가며 말했다.
그는 문을 나서며 손을 한 번 휘저었다.
"그들을 따라잡아야지, 안그러냐~?"
그의 말에 더욱 짜증내는 둘을 남긴채 하마르는 이미 문 밖으로 사라진 후였다.
조용한 복도를 돌아다니는 것은 서로의 공통적인 목표를 부정하지 못하는 두 아이의 짜증의 외침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