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해질녘에 : 03: 기약되었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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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밝은 해질녘에 : 03: 기약되었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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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_포터
2025.10.04 18:16 258 5414
시리즈
밝은 해질녘에
사실 이 세상에 여러 이름으로 존재하는 초능력자들. 어딘가에서는 마녀로, 어딘가에서는 위법자로. 한 나라에 초능력자, 리오가 나타나게되고, 첫번째 초능력자의 등장으로 나라의 정부는 그녀를 입양하게 된다. 그리고서 얼마후 만난 타국의 마녀의 아들. 마녀사냥을 당한 마녀의 아들은 정부에게 길러지게 되고, 초능력자 리오의 보자관으로 써 이노는 함께 나아간다.
현재
3

터벅터벅, 나직한 구두소리에 사뿐한 발소리가 뒤따랐다.


기나긴 회색빛 통로에 회색빛 머리의 사내와 키 작은 금발의 남자 아이가 걸어가고 있었다.



금발의 아이는 왠지 어두운 밤의 달맞이꽃이 연상되는 아이였다. 회색 머리의 사내는 뒷머리에 두 손을 얹은 채 여유롭게 걸어갔다.



자신의 앞, 약 두 발자국 거리에서 걸어가고 있는 아이를 보며 회색머리칼의 사내는 작게 흐뭇한 웃음을 내뱉었다. 그의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는지 앞에서 걸어가는 아이가 뒤로 묶은 금빛 머리칼을 가볍게 흔들며 사내를 돌아보았다.



그 아이의 얼굴에는 눈 주위, 그리고 코 윗면을 덮는 검은 무도회 가면이 씌워져있었다.



그 가면은 오묘한 검은색을 머금은 채 그 태에는 금빛으로 칠해져있어, 아이의 걷잡을수 없는 분위기를 잘 대변해주었다. 태 뿐만이 아니라 가면의 눈 주위에도 칠해져있는 금빛은 그의 밤하늘처럼 잔잔히 빛나는 청안을 더욱 눈에 띄게 해주었다.



그의 입이 작게 움직이고 가면이 살짝 들썩거리며 아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뭘 웃는거야, 하마르 아저씨."



그에게서는 변성기도 오지 않은 어린 남자아이의 풋풋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옅고 얇은, 가녀린 그의 목소리는 관심을 끌기엔 충분한 특징이었다.



그의 몸은 함께있는 사내와 비슷하게 말라있었다. 하지만 그의 걸음거리와 여러가지를 보았을때 그가 꽤 탄탄한 몸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는 작은 키에도 걸음거리는 당당하고 넓었다.

자신보다 머리 두개는 더 큰 하마르라고 불린 사내를 따라잡을 만큼 이었으니까.



"아무것도 아니란다, 아가."



자신을 아가라고 부르자 아이는 눈쌀을 약하게 찌푸렸다. 그의 움직임에 가면이 가볍게 흔들렸다.



"뭐라는거야. 이제 애가 아니라고 몇번을 말해야해?"



그의 작은 목소리가 나지막히 통로에 울렸지만 이는 금새 하마르의 말소리에 덮혔다.


하마르는 못들었다는 듯 한쪽 귀를 후벼파며 천연덕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는 한 쪽 눈은 감은채 나머지 뜬 눈으로 아이를 가볍게 쳐다보았다.



"그래, 그래, 이노. 봐, 거의 다 왔네. 내가 지었지만, 뭐하러 복도를 이렇게 길게 지었는지 몰라~"


이렇게 말하며 하마르는 하하, 하고 세상 물정모르는 아이같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웃음이 어이가 없다는 듯 이노는 다시 앞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노가 주시한 앞에는 아까는 한참 멀다고만 느껴졌던 통로가 금새 끝을 보이고있었다.


그 복도의 끝에는 탁하고 어두운 복도와는 어울리지 않는 밝은 색의 문이 있었다. 그 문은 마치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것처럼 색을 알수가 없었다. 마치 마법을 부린 듯, 마치 사람의 기분을 나타내듯 알아채지 못할 속도로 색이 바뀌었다.



어쩌면 가까이 다가갈수록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작고 여린 목소리가 자신의 감정을 노래하고 있었다.



"뭐야, 이 노래 소리."



이노가 작게 중얼거리는 동안 하마르는 어느새 금빛 문고리에 손을 얹고 있었다. 그 문고리에는 태양 문양이 새겨져있었다.



"너도 기쁘지 않니? 드디어 네 또래를 만나게 되는건데~"



그렇게 가볍게 웃음지으며 하마스는 문고리를 돌렸다.



딸랑, 하곤 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열린 문으로 하마스가 한 발자국 내딛고는 이노에게 손을 내밀었다.



"너도 어서 와, 이노. 리오, 좀 들어갈-"



"뭐야?"



하마르의 말을 끊고는 당찬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무언가 밝은 느낌을 주면서도 기가 쎈 느낌이었다.



"체에,"



짧게 혀를 차는 소리가 나더니 이노의 시야에 한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와인빛 머리칼을 대충 헐렁하게 뒤로 묶은 그 아이는 두손을 허리에 짚었다. 그러고서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동그랗고 예쁜 눈으로 이노를 쳐다봤다.



"야!"



리오라고 불린 그 아이는 자신의 큰소리에 놀란듯 잠시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막았다. 그러고는 다시 손을 떼고는 작은 웃음을 지으며 이노에게 말을 이었다.



"아, 미안, 미안.. 그래서, 네가 누구라고?"



그렇게, 작은 웃음과 조금의 당황스러움 속에서 어쩌면 이별과 함께 기약되었던 만남은 꽃을 피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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