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이미스가 신은 구두의 굽 덕인지 얇은 문을 사이에 두고 굳어버린 리오의 긴장감 때문인지, 소리는 더욱 분명하게 커져오는 듯했다.
또각, 또각.
발소리가 여유로웠다. 마치 자신이 질 가능성은 한번도 생각해 본적도 없다는 듯, 걸음에도 그 기분 나쁜 웃음이 묻어나는 듯 했다.
그 섬뜩하리만치 차분한 소리가 울리자 리오는 숨을 내쉬며 문 앞에 섰다.
"자, 이렇게 손을 뻗고-"
불과 몇달 전 훈련에서의 하마르의 목소리가 귀에 울리는 듯 했다.
하마르가 부드럽게 손을 잡은 채 알려주던 감각을 기억하며, 리오는 손을 들어올려 문을 향하게 뻗었다.
"집중하는거야. 자, 해볼수 있겠어?"
리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팔에 힘이 꾸욱, 들어가고 입술을 잘근 씹었다.
리오의 시선은 자신의 약 5미터 앞, 탁자 위에 있는 유리컵에 꽂힌 채였다. 그 시선은 유리컵을 강하게 옭아매었고, 그와 동시에 컵이 아주 살짝 흔들렸다.
"그래, 조금만 더~"
옆에서 하마르의 기대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중~"
리오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가며 그녀의 손가락이 굽었다. 시선은 여전히 컵에 강하게 꽃힌 채였다.
"집중."
문 앞에 선 리오가 중얼거렸다. 손은 문에 닿아있었고, 입술을 약하게 잘근, 씹었다.
더 이상 미룰순 없다.
이 생각이 미치자, 리오는 눈을 감고 문에 닿아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문에 닿은 손으로 밖의 이미스가 걸어오는 것이 느껴지자 더 강한 생각이 미쳤다.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는 안된다.
충분히, 그 이상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리오는 눈을 부릅뜨고 손에 다시금 힘을 주었다.
우지끈-
단단한 나무로 된 문의 상단이 으스러졌다. 그 파편이 리오의 머리카락에 튀었지만 개의치않았다.
빠직-
"이정도 깨졌으면 충분해? 조금 더 할수 있잖아, 우리 리오는~ 그치?"
장난스레 웃으며 자신에게 기대를 걸어두었던 하마르가 리오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디론가 소멸된듯, 파편만이 남은 채 리오의 앞길을 막던 문은 강한 믿음이되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여유롭던 발소리가 멈췄다. 그에 따라 웃음소리가 울렸고, 기분 나쁜 목소리가 뒤따랐다.
"어라, 어라아- 능력, 쓸 수 있는 거였구나-"
리오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복도로 걸어나갔다. 발걸음은 무거울 망정, 더 이상의 망설임은, 주저는 없었다.
리오는 이미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재밌어지-"
순간 이미스의 눈에 즐거움이 들어차며 훅, 고개를 숙였다.
쾅!
리오의 손이 구부려짐에 따라 이미스 뒤의 벽이 으스러졌다.
숙였던 고개를 들며 이미스는 기분 나쁜 웃음을 얼굴 한 가득 담아보였다. 그 격한 움직임에 긴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하하- 이정도면 데려갈 가치가 있겠는데-?"
쾅, 하고 이미스가 리오가 날린 파동을 손으로 받아내었다.
그의 눈은 희열로 빛났다. 그러다 한순간-
철컥-
무언가 장전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살짝 기울인 이미스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있었고 그의 입꼬리는 내려가 있었다.
"그럼, 그럼- 이제는 빛이 뭉개질 시간이야."

